공장 산업안전 감독
대기업 제조공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9월 21일 HL만도 평택공장과 하청업체 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장 산업안전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월 평택공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정비작업 중 설비에 끼여 사망한 사고 이후 진행된 감독으로, 원청과 하청을 합쳐 총 138건의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86건은 사법처리 대상이며, 나머지 52건에는 약 2억8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번 감독은 단순한 서류 확인이 아니라 실제 공장 안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기계·설비와 작업방식, 원·하청 안전관리체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제조업체들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는 끼임 위험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평택공장에서는 총 125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는데, 이 가운데 안전보건규칙 위반이 78건이었다. 그중 끼임 관련 위반이 26건으로 약 33%를 차지했다. 설비의 인터락을 해제한 상태에서 장비를 가동하거나, 지게차 작업구간에 출입금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례 등이 포함됐다.
공장 사고는 ‘큰 설비’보다 익숙한 작업에서 시작되기도
제조공장에서 끼임이나 충돌 사고는 특별한 작업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라인을 멈추고 설비를 정비하거나, 고장난 기계를 점검하고, 지게차로 자재를 옮기는 일은 대부분의 공장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된다.
문제는 익숙한 작업일수록 위험요인을 가볍게 보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번 감독에서 특히 강조한 것도 정비작업 전 전원을 차단하고 잠금장치와 표지를 설치하는 LOTO(Lock Out, Tag Out)다. 기계를 정비하는 동안 다른 작업자가 실수로 설비를 가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본적인 안전조치다.
현장에서 보면 이런 조치는 설비 규모보다 작업방식과 더 밀접하다.
예를 들어 프레스나 절단기처럼 눈에 띄게 위험한 기계는 오히려 작업자들이 조심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작은 컨베이어나 포장설비, 자동이송장치처럼 매일 사용하는 기계는 정비 중에도 평소처럼 다루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감독 결과가 제조업체에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사고가 나기 전에 작업절차를 강제로 지키게 만드는 장치가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게차 작업구간도 실제 점검 대상
공장과 창고에서 지게차는 거의 필수 장비에 가깝다.
문제는 지게차와 작업자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지게차 작업구간에 출입금지 등 충돌방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항도 적발했다. 하청업체에서도 비슷한 지게차 관련 위반이 확인됐다.
이 부분은 공장이나 창고를 새로 임대하려는 사업자에게도 직접적인 문제다.
건물 면적이 충분하다고 해도 실제로 지게차가 회전하고 자재를 적재하는 동선과 작업자가 이동하는 통로가 계속 겹친다면 운영을 시작한 뒤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제조공장을 볼 때는 평수와 임대료, 전력뿐 아니라 내부 동선도 같이 봐야 한다.
문이 어느 방향으로 열리는지, 지게차가 회차할 공간이 충분한지, 적재공간 때문에 작업자 통로가 좁아질 가능성은 없는지 같은 조건이 실제 안전성과 연결된다.
과태료만 2억8천만 원…안전관리도 결국 비용 문제
이번 감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과태료 규모다.
원·하청을 합해 총 52건에 약 2억8천만 원의 과태료가 예정됐다. 평택공장 원청에는 약 2억6천만 원, 하청업체에는 약 2천만 원 규모다.
과태료 항목을 보면 단순한 기계 안전뿐 아니라 관리체계 문제도 포함됐다.
평택공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정해진 횟수만큼 운영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고,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관리 미흡 등도 함께 적발됐다.
이런 부분은 공장 운영자 입장에서 특히 중요하다.
산업안전 문제는 사고가 나면 치료비나 보상비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작업중지, 생산차질, 과태료, 형사절차, 법률비용, 보험료 변화 등 여러 비용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제조업체들이 산재보험과 기업보험뿐 아니라 산업안전 컨설팅, 법률 자문, 안전설비 개선까지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보험만 가입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은 사고 이후의 비용을 일부 보전하는 수단이고,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조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하청업체도 따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번 감독에서는 원청뿐 아니라 하청업체 4곳에서도 총 13건의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5건은 사법처리, 8건은 약 2천만 원의 과태료가 예정됐다.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소속된 업체에서는 정비작업 시 관리감독자의 안전점검과 이상 유무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공장 임대 현장에서도 원청과 협력업체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동차 부품, 금속가공, 포장, 물류처럼 여러 업체가 공정별로 나눠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어느 회사 직원인지”만으로 책임 문제가 간단히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공장을 임차해 협력업체와 함께 운영하는 사업자라면 작업구역을 어떻게 나누는지, 안전교육과 설비관리를 누가 담당하는지, 위험작업이 있을 때 어떤 절차로 통제하는지까지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부동산 관점에서 보면…공장 선택 단계에서 안전비용까지 봐야
공장을 구할 때 대부분의 사업자는 임대료를 먼저 계산한다.
보증금, 월세, 관리비, 전력 증설비, 시설공사비 정도를 비교한다.
하지만 제조공장이라면 여기에 안전관리 비용도 포함해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기존 건물의 내부구조가 지게차와 사람 동선을 분리하기 어려운 형태라면 별도의 안전펜스나 출입통제시설을 설치해야 할 수 있다.
기계 배치를 바꾸기 어렵거나 통로가 좁다면 생산설비를 넣은 뒤 더 큰 비용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유해화학물질이나 특정 원재료를 취급하는 업체라면 MSDS 관리, 환기설비, 방폭설비, 소방시설 등 추가적인 안전조건도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월 임대료가 조금 저렴한 공장이라도 안전설비 개선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면 실제 총비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공장을 임대하기 전에 최소한
어떤 기계를 넣을지
지게차가 어디로 움직일지
작업자는 어느 통로로 이동할지
설비 정비공간이 충분한지
를 미리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HL만도 평택공장 감독 결과는 대기업 사업장에서도 기본적인 끼임·충돌 위험이 반복적으로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는 평택공장뿐 아니라 HL만도 원주공장과 익산공장에 대해서도 추가 감독에 착수했다.
최근 반도체 제조업 2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중점검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338건이 확인됐다. 제조현장 안전점검이 특정 기업 하나에만 그치는 흐름은 아니라는 의미다.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고가 난 뒤 대응하는 것보다 실제 작업환경에서 위험한 부분을 미리 찾아 고치는 것이 비용과 운영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지게차와 기계설비를 함께 사용하는 제조공장이라면 설비 자체보다 사람과 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본 글은 2026년 9월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HL만도 평택공장 산업안전 감독 결과 공식자료를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사고 책임과 처벌 여부는 개별 사건의 조사·사법절차에 따라 확정되며, 본문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감독 결과만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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